장기이식의 첫걸음 - 혈관문합술의 탄생
[ 장기이식의 첫걸음 - 혈관문합술의 탄생 ]
성공적인 장기이식수술을 위해선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면역계의 거부반응입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장기라도 타인의 장기는 면역계가 침입자로 판단하여 공격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통해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를 이식하고,
면역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필수적으로 복용합니다.
사실 이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수술 그 자체였습니다.
[ Virchow`s triad ]
장기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선 [혈관]을 정확히 이어야 합니다.
만약 혈관을 삐뚤게 잇거나, 깨끗하게 잇지 못한다면 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삐뚤어지고 상처 난 혈관 때문에 혈액의 와류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혈액의 응고를 촉진시켜 혈관을 막는 혈전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한 것이 [Virchow`s triad] 입니다.
혈액이 혈관에서 응고를 일으키게 만드는 3요소를 정리한 것 인데
혈관을 정확히 잇지 못하면 이 Virchow`s triad에 속하게 되는 것이죠.
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히면 혈관과 조직은 괴사될 것이고 당연히 수술은 실패로 끝납니다.
그러나 19세기까지 혈관을 정확히 연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 The assassination of president Francois Carnot, 1894 ]
1894년 6월 24일 프랑스 리옹에서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 Francois Carnot ](1837~1894)이 무정부주의자였던 Sante Geronimo Caserio가 든 칼에 복부를 찔립니다.
복부혈관을 다친 대통령은 엄청난 출혈이 일어났고 급히 리옹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후송됩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이 출혈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잘린 혈관을 연결하고 치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프랑스 대통령 Francois Carnot은 수술방에서 사망합니다.
[ Alexis Carrel, 1873~1944 ]
이 비극적 사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 알렉시스 카렐 (Alexis Carrel, 1873~1944) ] 로 당시 20살인 의대생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인물이죠.
카렐은 대통령 사망사건 이후 고민에 빠집니다.
혈관을 어떻게 하면 잘 연결 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죠.
혈관을 연결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두가지 였습니다.
우선 단면이 둥근 모양이기에 양쪽을 정확히 연결하기 힘들었습니다.
두번째는 혈관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포셉으로 잡을 수 밖에 없는데,
잡힌 혈관은 포셉이 가한 압력으로 손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카렐은 혁신적인 [혈관문합술(vascular anastomosis technique)]을 생각해냅니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혈관을 120도 간격으로 나누어 세 부분만 우선적으로 봉합합니다.
2. 봉합사는 길게 유지한 상태에서 그것을 잡아 당깁니다.
그렇게 하면 둥근 혈관이 삼각형 모양으로 바뀌게 됩니다.
[떨어져 있던 두 곡선]이 [가까이 붙은 두 직선]으로 바뀐거죠.
당연히 곡선보다 직선이 더 깨끗하고 정확하게 봉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묶인 실이 잡아당기고 있기에 포셉이 가하는 압력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카렐이 이런 봉합법을 생각해내고 섬세한 수술법을 가질 수 있게 된 계기는 그의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카렐의 어머니는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레이스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카렐은 어머니에게 매우 작은 바늘과 실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고 어머니와 함께 그 기술을 연마합니다.
의사가 된 이후에도 말이죠.
아마도 혈관을 잇는 방법은 시침질에서 영감을 얻었을 겁니다.
카렐은 그렇게 독보적인 미세수술법을 가지게 됩니다.
혈관문합에 능해진 카렐은 장기이식수술을 연구하고 시도하게 됩니다.
더불어 다양한 외과수술법을 개발해내고 뛰어난 성과를 이루어 냅니다.
결국 그는 혈관문합술과 장기이식수술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19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
어머니의 기술이 아들에게 전해져 노벨상의 배경이 되었다라고 생각하니 매우 드라마틱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