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축복과 저주.
1.
사람은 어떻게 숨을 쉴까요?
사람의 호흡은 자발적(=수의적)으로 쉴 수도 있지만 대부분 비자발적(=불수의적)으로 일어납니다.
자발적으로 쉬는 것은 대뇌피질의 명령에 의한 것이지만
비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숨은 [호흡중추]라는 곳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호흡중추란 불수의적으로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뇌의 부분입니다.
크게
Mudulla oblongata(=연수,숨뇌)에 존재하는 Dorsal respiratory groups (DRGs), Ventral respiratory groups (VRGs)과
Pons (=뇌교) 에 존재하는 Apneustic center, Pneumotaxic center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호흡근을 자발적으로 자극하는 신호가 만들어집니다.
이로인하여 "숨을 쉬어야한다"라고 생각을 하고
대뇌를 통해 직접적으로 명령을 하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이죠.
덕분에 의식이 사라지는 잠을 자더라도 호흡은 원활히 일어납니다.
2.
돌고래에게선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인간은 불수의적으로 호흡을 하지만 돌고래는 수의적으로 호흡을 조절할 수가 있습니다.
보다 깊고, 오랜기간 잠수를 하기 위해 호흡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근데 궁금점이 생깁니다.
수의적으로 호흡을 조절한다는 것은 호흡을 자동적으로 조절하게 하는 부분이 없다는 뜻인데다가,
돌고래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아가미호흡을 할 수가 없습니다.
즉, 숨을 쉴려면 반드시 물위로 올라와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익사하게 됩니다.
게다가 돌고래도 잠을 자야 합니다.
하지만 포유류가 물속에서 의식이 떨어지는 잠을 자게되면 숨을 쉴 수 없어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얘네들은 어떻게 살아있는걸까요?
놀랍게도 돌고래는 잠을 잘때 뇌가 절반씩 교대로 자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잠을 자더라도 항상 뇌의 절반은 깨어있기 때문에 호흡이 필요한 경우 수면위에 올라올 수 있는 것이죠.
이 방법이 있는 덕분에 스스로 호홉을 조절하는 능력은 수중생활을 하는 돌고래에겐 축복일 겁니다.
3.
프랑스와 독일의 설화중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온딘(Ondine)이라는 물의 정령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릅다고 나이를 먹지 않는 불멸의 존재였습니다.
만약 정령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되면 나이를 먹게 되고 필멸자가 됩니다.
온딘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젊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죠.
이제 온딘은 나이를 먹게 됩니다.
남자는 늙어가는 온딘을 멀리하고 바람을 피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온딘은 그에게 저주를 내리죠.
“굳건한 사랑의 맹세를 저버린 자여,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나와 함께 숨을 쉬겠다는 맹세를 잊은 자여,
그대는 이제 다시는 매일 아침 나와 함께 숨을 쉴 수 없을 것이리라.
매일 밤 잠이 들게 되면,
당신은 숨쉬는 것을 잊을 것이오,
다시는 깨어날 수 없을 것이리라.”
남자는 무조건 스스로 호흡을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깨어 있을 땐 문제가 되지 않으나 잠을 잘때가 문제였습니다.
남자는 돌고래가 아니었으니깐요.
그렇게 남자는 죽어갑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온딘의 저주(Ondine`s curse)(또는 온다인의 저주)]라고 불렀습니다.
돌고래였다면 문제 없었을텐데...
4.
이러한 "온딘의 저주"는 설화에만 있진 않습니다.
극히 드물게 현실에서도 "온딘의 저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62년 Severinghaus 와 Mitchell 는 3명의 환자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
이 병을 "온딘의 저주"라고 명명하게 됩니다.
선천적으로 나타날 경우 선천성 중심저환기증후군(Congenital Central Hypoventilation Syndrome = CCHS)이라고 부르고,
후천적으로 나타날 경우 후천성 중심저환기증후군(Acquired Central Hypoventilation Syndrome =ACHS)라고 부릅니다.
후천적일 경우는 뇌졸중이나 뇌종양등 앞서말한 호흡중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뇌질환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치료는 매우 어렵습니다.
밤마다 산소포화도를 측정해서 일정수치이하로 떨어지면 잠을 깨우는 알람을 울리게 하고,
밤마다 강제적으로 호흡을 할 수 있게 호흡기 치료도 해야합니다.
이와 더불에 약물치료,재활치료등을 동반합니다.
이러한 치료로 어느정도 생존할 순 있지만
망가진 호흡중추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치료는 힘들다고 봅니다.
의식적으로 숨을 쉬어야만 하기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질병.
잠을 자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질병.
스스로 호흡을 조절 할 수 밖에 없는 이 현상은
돌고래에겐 축복이었겠지만 사람에겐 이름 그대로 저주와도 같은 질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