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때 일이다.
그날의 응급실도 역시나 바빴다.
조금 더 바빴던건 일반외과에서 그날은 수술이 안된다고 얘기했던 날이라
일반외과로 노티할 수 없어 그랬던 것 같다.
3차병원이었던지라 주변 중소병원에서 전원 문의가 간간히 이어졌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그 당시 전원문의 전화는 인턴이 받았다.
오후 9시쯤이었다. 스테이션에서 간호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인턴쌤, 트랜스퍼 문의요"
"네, 전화바꿨습니다."
"OO병원입니다. 아빼환자가 왔는데 저희병원에 외과가 없어서 수술문의때문에 연락드립니다."
"아 어쩌죠? 저희가 오늘은 수술가능한 외과쌤들이 없는 날이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내일은 가능한가요?"
"네. 내일은 가능합니다만 급한 상황이면 다른병원을 찾아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원문의 통화는 끝났다.
그리고 자정이 넘어가자 구급차를 탄 환자가 도착했다.
보호자는 환자가 맹장염이었고 우리 병원에 연락을 해서 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단다.
누가 전화 받은거냐, 누가 허락한거냐등등 응급실 스테이션은 뒤집어졌다.
"저기 보호자분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저희 병원에 수술 가능한 외과선생님이 안계십니다.
어떻게 된지 모르겠지만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네? 그쪽에서 오라고 허락했다는데요?"
"저희쪽은 전원을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처음갔던 병원에서 12시가 넘으면 수술가능하다고 했다고 출발 시켰단 말입니다."
" ... "
" ... "
'내일은 가능합니다.'
'내일은 가능...'
'내일은...'
'내일,내일,내일,내일...'
한동안 이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다려, 지금 너에게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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