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레노스, 이븐시나, 히포크라테스 ]
초기 서양의학사를 대표하는 인물을 둘을 꼽자면 [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460~375 B.C.) ]와 [ 갈레노스(Claudios Galenos, 129~199) ]을 들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갈레노스보다 의학의 아버지,의학의 신이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더 친근한 인물이다.
대부분 의사가 되면 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원래는 제네바 선서)를 통해 그를 알고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진단과 치료에서 객관적인 임상관찰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런한 방식은 질병이 신의 형벌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적 상황에서 매우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의학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히포크라테스가 아니라 [갈레노스]일 것이다.
[ 갈레노스(Claudios Galenos, 129~199) ]
갈레노스는 매우 뛰어난 의학자였다.
그는 로마시대 검투사들의 주치의였기에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의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당시는 인체해부를 금기시 여기는 시대였기에 그는 주로 동물실험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려고 하였다.
동물실험의 대상은 유럽에서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영장류였던 바바리 원숭이였고
이를 통해 해부학과 생리학에 대한 실험을 실시한다.
쇼맨쉽과 집중력이 뛰어났던 갈레노스는 환자를 볼 때 사소한 단서도 쉽게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의 대화와 상황, 하인이 들고가던 배설물과 식사, 환자의 행색과 태도등을 관찰하여
마치 묘기와 같이 진단을 내렸다고 알려져 있다.
순식간에 진단을 내리는 모습은 셜록의 추리를 보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당시 존재하던 거의 모든 의학적 지식을 섭렵했고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들을 응용할 줄 알았던 그는 명의로 소문이 났으며 로마황제의 주치의로도 활약한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지게 된 갈레노스는 자신이 발견하고 이룩한 학문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저술하기 시작한다.
그는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였고 당시 의학에 대한 대부분의 책은 그의 손에 의해 탄생하게 된다.
갈레노스의 방대한 저서는 그의 사후에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유럽등지와 아랍문화권으로 전파되어 의학교과서로 쓰인다.
그러나 이는 의학사를 통틀어 볼 때 불행한 일이었다.
갈레노스는 자신이 관찰한 것을 완전히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지 못했다.
[플라톤의 자연철학]과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병인론]을 그대로 답습한다.
증명되지 않은 [사체액설]과 피를 타고 흐른다는 [영기]라는 존재를 믿었다.
결국 갈레노스가 관찰한 객관적인 사실들은 잘못 이용되었고 사체액설과 영기설을 [체계화] 시키는데 일조하게 된 것이다.
후대의 의사들은 갈레노스의 잘못되었으나 체계화된 지식을 학습하게 된다.
의학의 학문적 진보가 오랜시간 완전히 막혀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비극은 17세기나 되서야 타파되기 시작한다.
1400여년이 지나서야 갈레노스의 이론에 합리적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 갈레노스가 정리한 병인론인 사체액설은 의학에서 완전히 부정되었고 현대의학으로 나아갈 수 있게된다.
천재라고 불릴만한 갈레노스는 자신의 저서가 오히려 의학의 진보를 막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저서가 그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상상이라도 했을까?
시대적 한계라는 것이 있다.
과학적 기초와 상식, 보다 자세히 관찰할 수 없는 도구가 없었던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가 갈레노스에게 시대적 한계였을 것이다.
그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천재였다.
한 명의 천재가 잘못된 체계를 만들어버려 오랜기간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던 의학은
과학을 통해 비로소 제자리를 잡았다.
지금이라도 과학적으로 발전한 현대의학이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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