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tical limit (2000)>
1.
2000년도에 버티칼 리미트(Vertical limit)라는 산악영화가 개봉한적이 있다.
크레바스에 갇힌 일행을 구조하기위해 구조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는 이야기인데
(니트로글리세린을 가방에 넣고 등산하는 무시무시한 짓을 벌인다...)
사건을 좀 더 급박하게 만들기 위해서 크레바스에 갇혀있는 사람들 모두가 고산병의 증상인 폐부종에 걸렸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갇혀있는 사람들은 폐부종을 치료하는 단 하나의 덱스(Dex ; Dexamathasone)주사를 가지고 신경전을 벌인다.
물로 악당이 먼저 챙겨서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끝까지 주지 않을려고 한다.
2.
현재 고산병과 비아그라의 관계에 대해 말이 많다.
그래서 이와 관련하여 정리해보기로 한다.
우선 고산병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고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고산병 또는 고소병이라고 하는데 해발 2000m이상 올라갔을시 신체가 저산소 상태에 노출되게 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을 모아 고산병이라 부른다.
나타나는 증상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1) 급성 고산병 (acute mountain sickness ; AMS)
2) 고소 폐부종 (High altitude pulmonary edema ; HAPE)
3) 고소 뇌부종 (High altitude cerebral edema ; HACE)
1에서 3으로 갈수록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1. 급성 고산병 (acute mountain sickness ; AMS)
- 두통, 구역, 구토, 피로감, 무기력, 어지러움, 수면장애등으로 나타난다.
- 증상이 심해질 시 3. 고소 뇌부종(HACE)으로 이어진다.
- 병태생리 : 저산소증으로 인해 뇌혈관확장과 교감신경활성화등으로 알려져있다.
2. 고소 폐부종 (High altitude pulmonary edema ; HAPE)
- 활동이 줄고 마른 기침이 나온다. 심해지면 분홍색이나 붉은색 가래가 나오거나 호흡곤란을 느낄 수 있다.
- 맥박과 호흡수가 빨라진다.
- 병태생리 : 저산소증으로 인한 폐혈관 수축
3.
이제 비아그라를 사용한 고산병 치료와 관련된 것들을 알아보자.
비아그라 (sildenafil)는 혈관확장제이기에 폐혈관 수축으로 오는 고소폐부종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걸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년도별로 진행된 연구들을 정리해보았다.
[ 2005년 ]
Sildenafil for the treatment of altitude-induced hypoxaemia.
Sildenafil inhibits altitude-induced hypoxemia and pulmonary hypertension.
12명의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6명에게는 하루 3번 40mg의 비아그라를, 나머지 6명에게는 위약을 주었다.
해발 0m에서 검사를 했고 1035m로 이동 하여 적응하고 해발 4350m로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였으며
이곳에서 6일간 있으면서 비아그라를 복용하였다.
이후 고산지대와 평지에서 검사를 추적관찰하였다.
비아그라는 통계학적으로 의미있게 심장박동수(heart rate)를 떨어트리고, 산소포화도를 정상화시 켰으며, maxVO2감소를 떨어트렸다.
수면의 질, 두통, 피로도등에서도 실데나필 복용군이 더 좋았다.
고고도로 인해 폐혈관들이 수축하여 폐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실데나필은 이러한 폐혈관들을 확장시켜주어 가스 교환을 개선하여 고고도로 유발되는 저산소혈증을 예방할 수 있는 거라고 본다.
즉, 비아그라가 AMS와 HAPE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였다.
[ 2008년 ]
Medication and Dosage Considerations in the prophylaxis and treatment of high altitude illness
Review논문이다.
내용상 체계적인 연구는 지금껏 없지만 실데나필이 HAPE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2010년 ]
Prevention and Treatment of High-Altitude Pulmonary Edema
HAPE때 예방 및 치료로 실데나필을 사용하라고 되어있다. 이것도 연구논문이 아니라 리뷰논문이다.
[ 2011년 ]
Sildenafil citrate for the prevention of high altitude hypoxic pulmonary hypertension double blind,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해당 연구는 이때까지의 연구들과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2005년도에 나온 논문과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대신 연구군이 훨씬 큰 연구였다.
총 62명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20명에게 하루 3번 50mg의 실데나필을 복용시켰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위약을 주었다.
해발 3650m에서 4~5일 적응후 해발 5200m로 올라가 일주일간 검사를 진행하였다.
실데나필 복용군에서 폐동맥수축기혈압(pulmonary artery systolic pressure)의 특별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고,
heart rate나 말초혈관산소포화도도 실데나필 복용군이 특별히 좋거나 하지 않았다.
결국 이 논문은 HAPE history가 없다면 실데나필을 예방적으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 2014년 ]
Meta-Analysis of Clinical Efficacy of Sildenafil, a Phosphodiesterase Type-5 Inhibitor on High Altitude Hypoxia and Its complications
이때까지 있었던 실데나필과 고산병과 관련된 연구들을 모아서 메타분석한 논문이다.
시작은 54개의 논문으로 했으나 연구로 쓸만한 걸로 남은건 5개의 논문이었다.
2011년도 Bates가 연구한 N수와 다른 연구들의 N수 차이가 좀 많이 난다.
어찌됐든 결과는 1~2일 단기간에 실데나필을 사용했을 시 폐동맥수축기혈압(pulmonary artery systolic pressure)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걸 밝히고 있다. 즉 HAPE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 2016년 ]
Altitude-Induced Pulmonary Hypertension on One-Day Rapid Ascent of Mount Fuji: Incidence and Therapeutic Effects of Sildenafil
25명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고 후지산 등산을 하고 난 다음 발생한 pulmonary hypertension 에 대한 연구였다. 해당연구는 실데나필의 예방적 사용보다는 증상이 나타났을 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
비아그라(sildenafil)의 주요 부작용 중 하나가 두통이란 점을 알아야한다.
예방적으로 복용하거나 치료시 복용했을 시 급성고산병(AMS)증상을 동반할 경우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가장 많은 수를 대상으로 한 최신연구(2011년)에서 비아그라의 복용이 고산병의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의사들이 고산병 예방을 위해 비아그라를 처방한 것은 아직까지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고산병이라고 하면 비아그라처방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으로 그렇게 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을 말하면 비아그라는 고산병 중 고소폐부종의 치료에 충분히 사용가능한 약이고, 예방적으로 먹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즉, 청와대에서 고산병 중 고소폐부종의 치료(!)목적으로 가져갈 수도 있는 약인거다.
순방한 나라의 고도가 낮기때문에 고산병에 걸리지 않는다라고도 하는데 이것도 틀렸다.
개인차가 날 수 있기에 처음에 말한 해발 2000m 이하라도 민감한 사람은 고산병 증상이 올 수도 있다.
물론 비아그라를 고산병의 치료목적이 아닌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했다면 뭐 어쩔 수 없는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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