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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분야/의학일반

잊혀진 의료기기에 대한 오해 - 소아마비와 철폐 (iron lung)

by vitaminjun.md 2017. 3. 20.


[소아마비(Polio) 환자]


현대인들에게 [소아마비(Polio)]는 생소한 질병입니다.
소아마비 환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뇌성마비와 이름이 비슷하여 헷갈려하는 분들도 있으나 명확히 이 둘은 다른 질병입니다.
소아마비는 장바이러스(Enterovirus)중 하나인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에 의해 발생합니다.
감염의 방식은 바이러스가 분변-경구감염(fecal to oral)이나 경구-경구감염(oral to oral)등으로
물을 통해 위장관에 들어오고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퍼지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20세기중반까지 소아마비는 공포의 질병이었습니다.
감염되었을시 95%는 대부분 증상도 없이 넘어가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심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환자의 사지중 일부가 평생 마비되는 장애가 나타납니다.
게다가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사지근육뿐만 아니라
방광, 복부, 횡경막, 흉곽, 경부쪽 근육까지 허약해져 [호흡이나 순환장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호흡을 하기도 힘들었던것이죠.
또한 소아마비라고 명명되긴 했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진 어른들에게도 발생(Post-poliomyelitis syndrome)하곤 하였습니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가 소아마비에 걸려 하지마비가 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그런 그의 증상이 발생한건 1921년, 그의 나이 39살때였습니다.
게다가 가끔씩 대유행하는 전염병이기도 하였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대유행하며 소아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마비성 질환으로 심각하면 사망에 이르는 질병.
그러한 질병이 소아마비였습니다.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켰던 또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소아마비가  [중산층 질병]이었던 것입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보건사업에서 위생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각종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위생관리가 매우 중요했기에 각나라의 보건당국은 이에 투자를 하지만
전체 인구를 관리할 수 없으니 중산층이상의 사람들위주로 집중하게 됩니다.
당시의 개념으로는 보건관리가 잘 된 중산층 사람들에게는 바이러스 질환인 소아마비발생이 줄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아마비환자는 오히려 빈민층보다 중산층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감염원이 물이 아니라 먼지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생을 철저히 챙기나 중산층에 집중되는 발생을 막지 못합니다.



실은 상하수 관리는 매우 옳은 일이었습니다.
소아마비는 분변-경구 또는 경구-경구감염등 물에 의한 감염이었기에 상하수 관리가 매우 중요한 것이죠.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빈민층은 우유를 쉽게 구할 수 없어 아기에게 모유를 적극적으로 먹여야했고 중산층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모유에는 폴리오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항체들이 풍부했습니다.
이 항체를 가지고 있을 때 폴리오 바이러스와의 빠른 접촉이 빈민층의 소아들에게 도움을 줬던 것이죠.
완벽한 항체가 만들어졌다면 다시 감염되지 않는게 폴리오 바이러스의 특징입니다.
중산층 소아들은 모유수유를 빈민층만큼 잘받지 못했고,
어릴 때부터 위생상태가 매우 좋았기에 역설적으로 폴리오바이러스에 가장 강한 시기 때 항체를 만들지 못했던 겁니다.
어찌됐든 이 사실은 꽤 시간이 지나고 발견된 것이라 당시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돈많은 사람들이 잘 걸리는 중산층 질병이었기에 공포심은 더 배가 되었으리라 봅니다.
대신 극복하기 위한 투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1916년에 미국 뉴욕에서 소아마비가 대유행하였고 2000명이상 사망하게 됩니다.
미국전역에서는 사망자가 6000명에 달했고 수천명의 환자들이 사지가 마비됩니다.
이러한 대유행은 간간히 발생하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소아마비로 인한 마비증상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사지의 마비는 그나마 당장의 생존에 문제를 발생시키진 않지만 문제는 호흡기까지 마비된 환자들이었습니다.
현대의 호흡보조기구는 그 당시에는 없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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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하버드의과대학의 Philip Drinker와 Louis Agassiz Shaw Jr.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철폐(Iron lung)를 발명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 철폐를 의사들이 소아마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소아마비를 치료하기위해 만든 잘못된 도구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소아마비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착각했기에 호흡을 제대로 시켜줄려고 철폐를 사용했다는 글이었지요.
당시 소아마비에 대한 완벽한 이해까지는 아니었으나 어느정도의 충분한 지식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철폐는 소아마비 자체의 치료가 목적이 아닌 호흡을 보조하기 위한 생존유지장치로 만들어졌던것이죠.

철폐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얼굴을 제외한 몸전체가 밀봉된 철제기구 안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기계를 통해 철폐안으로 음압과 양압을 걸어줍니다.
흉곽의 근육들은 폐안을 음압과 양압을 걸어주어 공기의 순환을 일으킵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근육이 약하여 숨쉬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기계가 몸전체를 통해 폐호흡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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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d Snite Jr. Family, 철폐안에 있고 거울에 비친 남성이 Fred Snite Jr. ]


1936년 시카고의 금융가였던 Fred Snite Jr.가 베이징을 여행하다가 소아마비가 발생합니다.
당시 베이징에는 록펠러재단이 기부한 철폐가 있었는데 이를 사용하여 Fred Snite Jr.는 생존하였고 미국으로 무사히 귀환하게 됩니다.
그리고 1954년까지 생존하는데 철폐를 사용하면서 결혼도 하고 딸도 셋을 낳습니다.
덕분에 철폐를 사용하더라도 어느정도의 생활이 가능하고 효과적이라는게 증명되고 이 사실이 전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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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에 소아마비 유행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미국에서만 58000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3145명이 사망하였고, 이중 21269명의 환자에게 마비증상이 왔습니다.
이 위기에서 철폐는 대량으로 생산되고 그 능력을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을 생존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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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55년.
현대의학에서 기념비적인 연도입니다.
바로 조너스 소크(Jonas Salk)박사가 소아마비 사백신(IPV) 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백신으로 인해 새로운 환자는 극적으로 줄어들었고 맹위를 떨치던 소아마비 공포는 점차 사그러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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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Jonas Salk ]


한해 몇천,몇만명씩 발병되던 소아마비는 오늘날 거의 박별되어가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경 폴리오 박멸 지역으로 선언 되었고
전세계적으로 세나라에서만(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소아마비 환아들이 새롭게 발병하는 정도입니다.
조금 더 노력하면 천연두에 이어 사람에게 발생하는 전염중 두번째로 극복가능하리라 추측됩니다.
이제 소아마비는 잊혀져가는 질병이고 그에 따라 만들어진 철폐도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철폐는 수많은 생명을 살린 소중한 생명유지장치였습니다.
이러한 활약을 잘못된 정보로 호도해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