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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분야/의학일반

백신과 자폐증, 그 사기사건의 전말

by vitaminjun.md 2017. 3. 22.

MMR 백신은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 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혼합백신입니다. 
1963년에 홍역백신이, 볼거리백신과 풍진백신은 각각 1967년과 1969년에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세가지 백신은 1971년 혼합백신으로 처음 만들어지게 됩니다.
근데 왜 각기 따로 만들어진 백신을 혼합했을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주사를 여러번 맞는게 불편했기 때문이죠.
안그래도 병원에 오기 싫어하고 주사를 싫어하는 소아들에게 최소한의 스트레스를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요즘에도 혼합백신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는 이유입니다.



1998년 2월, 영국의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한 논문이 발표됩니다.
이후 영국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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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 ]


논문의 저자는 북런던의 왕립자유병원(Royal Free hospital)의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로 대장외과 전문의였습니다.
그의 논문은 Royal Free hospital에 입원했었고 발달장애가 있는 12명의 아동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장에 문제가 있고 자폐증이 있는 아이가 12명이 있는데 이중 8명이 [MMR백신을 맞은 뒤 자폐증 증상이 발생]하였다"였습니다. 즉,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웨이크필드는 언론을 통해 [MMR혼합백신]을 사용하여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고 [홍역단독백신]을 투여해야함을 주장했습니다.
2001년에는 장질환과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의 [조직샘플에서 홍역바이러스가 있었음]을 발표합니다.



의학계는 대부분 웨이크필드의 이론을 믿지 않았으나 논문으로 결과가 나와있는 상태였기에 논문을 뒤집을 증거를 찾아야했습니다. 논문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재현성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MMR백신과 자폐증은 관련이 없다]는 논문들이 출판되지만 웨이크필드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뒤집지 않았습니다.
결국 2001년, 자신이 있었던 Royal Free hospital에서 나와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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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블레어(Tony Blair)와 그의 아들 레오 블레어(Leo Blair) ]


필수적으로 접종해야하는 백신에 의해 자폐증이 유발된다고 하니 백신에 대한 불신과 공포가 대중들에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Anthony Charles Lynton Blair)가 
자신의 아들(Leo Blair)이 백신을 맞았느냐 맞지않았느냐는 질문에 사생활이라고 회피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 집단면역의 붕괴 ] 

 


[ 홍역의 부활 ]



영국은 MMR예방접종사업을 야심차게 시행하였었고 1996년 MMR백신 접종률은 92%에 달했으나 2008년에는 80%수준까지 떨어집니다.
특정지역에서는 80%보다 훨씬 더 떨어지는 곳도 있었습니다. 
집단면역은 붕괴되었고 전염병이었던 홍역이 다시 부활합니다.




[ 브라이언 디어(Brian Deer) ]




[ MMR research scandal, The Sunday Times ]





해결은 의외의 위치에서 일어났습니다.
2004년 2월, 영국의 선데이타임스(Sunday Times)의 저널리스트 "브라이언 디어(Brian Deer)"가 탐사보도를 통해 앤드루 웨이크필드의 논문에 대한 문제를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일일히 다 찾아가고 논문이 만들어진 상황부터 샅샅히 조사한 것이었죠. 브라이언 디어가 발견한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1998년 논문관련 ]
1) 사실  MMR백신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예전부터 있어 MMR백신에 대한 소송은 1994년부터 있었음. 그런데 1998년 웨이크필드의 논문에 나오는 12명의 아동중에 일부가 이 소송의 당사자였음.   

2) 집단소송을 하고있는 변호사들은 백신업체에 대한 증거를 찾고 있었는데 웨이크필드는 이 단체로부터 55000파운드를 받음.

3) MMR혼합백신보다 홍역단독백신이 안전하다고 주장함. 그리고 홍역단독백신에 대해 특허를 신청함.

4) 논문에 나온 아동의 부모와 함께 자폐성장염을 진단하기 위한 새로운 진단키트를 만들려고 하였음.

5) 자신의 연구에 맞지 않는 케이스는 의도적으로 제외시켜 결과를 조작함.

[ 2001년 논문관련 ]
- 조직샘플에서 홍역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으나 발견되었다고 조작함.



결국 2004년 란셋은 웨이크필드의 논문을 부분 철회하였고, 2010년 2월 2일 논문을 완전히 철회합니다. 
그리고 2010년 5월에 웨이크필드의 의사면허는 박탈됩니다.
이제 웨이크필드는 더이상 의사가 아니며 현대의학사에서 최악의 오점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 po논.문.철.회.wer ]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의학계의 양심있는 내부고발자 또는 자폐증 발생을 막은 선구자로 보였을겁니다. 웨이크필드의 어처구니 없는 만행이 세상이 밝혀졌지만 지금도 그를 선구자로 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백신을 거부하며 "천연","자연"등을 명목으로 아동들에게 백신을 맞지 않게 하여 아동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재밌는건 그러면서 꼭 검증되지 않은 다른 것을 먹입니다. 웨이크필드가 실행하려고 했던 행동을 누군가가 유사하게 하고 있는 것이겠죠. 행여나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대체재로 무엇을 할려는지 보시면 됩니다. 그럼 그 사람의 목적을 알 수 있을겁니다. 


현대의학이 완벽하진 않지만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왔고, 백신은 수많은 생명을 살린 귀중한 결과물입니다. 
예방접종과 백신에 대해 여전히 오해하고 불신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제 극히 일부라는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항상 백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예방접종과 백신에 대한 불신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