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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실 일상(日常)

어떤 응급실 방문자

by vitaminjun.md 2016. 9. 19.

응급실은 정말 다양한 환자가 찾아오는 곳이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모기에 물려서요."

"네?"

"모기에 물렸다구요."

 


완전 처음 보는 케이스였다. 

모기에 물려 응급실을 찾아온 환자라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처방권이 없는 인턴이었다면 어딘가에 노티를 해야했을텐데 상상만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응급실 인턴 OO입니다. xx세, 남자환자분, 모기에 물려서 내원했습니다. 바이탈은 스테이블하고...'

'뭐? 모기? 야이 XXX, 모기에 물려서 온걸로 나한테 노티하는거야???'

'아...저....딱히 노티할 곳이 내과밖에 없는 것 같아서....'

'야이 XXXXXXXXXXXXX !!!!!'

 

이곳에서는 내가 최종결정권자로 처방권을 가지고 있다는게 참 다행이다.

여튼 나는 응급실을 지키고 지역보건을 수호하는 의사로써 환자앞에서는 절대 당황해선 안되고 환자를 허투로 보내서는 안된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응급실을 찾아왔으리라.



"혹시 어지럽거나 숨쉬기 힘드세요?"

"아니요"

"얼굴이 붓거나 열감이 있지는 않으세요?"

"전혀 없습니다."

"전신이 가려운것은요?"

"그냥 여기 팔에 물린 부위만 좀 가려워요."



놓쳐선 안되는 무언가 있을 것이다.

찾아야한다.



"다른 불편한 사항은 없으신가요? 아프다든지 평소와 다른 점은 정말 없는건가요?"

"그런거 없어요. 그냥 모기에 물렸다니깐."

"..."



그렇다. 그는 말그대로 모기에 물린 부위가 가려워서 왔던 것이다.

응급실에서는 모기 물린 것에 대해 색다른 치료를 하지않을까라고 생각하셨을까? 

결국 모기 물린 부위에 알콜솜과 베타딘볼로 정성스럽게 소독을 하고 항히스타민주사와 하루치 약을 처방했다. 

그래. 이제 가렵지는 않겠지.

환자를 보내기 전 모기에 물렸을 때 이상증상이 없다면 자가치료해도 문제가 없음을 교육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시 응급실은 정말 다양한 환자가 찾아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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