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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실 일상(日常)

어떤 징병전담의사 이야기

by vitaminjun.md 2016. 12. 29.



1.

우리나라의 젊은 남성 대부분은 군대를 가기 위해 신검을 받는다.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의사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은 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없을테니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환자들이 존재한다. 

병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의 신체를 가졌다면 당연히 군면제를 받아야하겠지만 일부러 이를 노리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들을 잘 구별해내고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찾아내는 것이 징병전담의사들의 일이다. 

건너건너들은 카더라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2.

A는 신검에서 아무런 이상없이 무사통과되었다. 

징병의는 마지막으로 10명을 주르륵 세워놓고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다른 질환이 있는지를 물었다.

현역판정을 받기 일보직전이었다.

그 때 A가 말했다.


"제가 고추가 작습니다."

"뭐?"

"고추가 작아서 군대를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A는 정말 군대를 가기 싫었던 모양이다.

내가 해당 징병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타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까? 

고추가 작은 것은 군면제사유가 되지않음을 강력히 말했을까? 

그 사실은 이미 A도 알고 있을텐데 과연 설득이 될까?


하지만 이곳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다뤄본 징병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징병의는 A가 합리적으로 설득당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을 시도하였다.



"그래? 전부다 바지 내려."

 

 

"자, 봤지?"


A는 그렇게 군대를 갔다.




3.

요새는 당연히 그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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