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소문이 있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로
당시 내 고향 또래들은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손톱을 길러 한약방에 가져가면 1cm당 만원씩 준다"는 거였다.
2.
아직 코찔찔이 국등,중등생이었던 우리는 각자의 그럴싸한 근거로 소문의 실체에 대해 열심히 싸웠다.
손톱을 가져가면 진짜 돈을 준다고 주장하는 무리의 유력한 근거 중 하나는 다음과 같았다.
오래된 동물의 뼈가 한약재로 쓰이는데 사람의 손톱도 이러한 이유(?)로 한약재로 쓰일 수 있다는 거였다.
당시에는 그럴싸해보였다.
물론 손톱은 뼈가 아니라 피부다.
게다가 그럴 바엔 손톱보다는 이빨이 더 좋지 않냐라고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모인 또래들은 이런 반박을 가능하게 할 지식이나 지혜가 부족했다.
모반 모모가 실제로 키워서 팔았다카더라라는 소문도 강력한 근거 중 하나였다.
진짜 팔리나?
모두들 반신반의한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흐르는 시간 동안 스스로 증명해 보이겠다며 손톱을 기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 의지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에 의해 철저히 부정당했다.
3.
시간이 흐르고 이러한 소문과 논쟁이 기억한 쪽에서 희미해져 갈 때쯤 큰 반환점이 생겼다.
우리 반 K의 아버지가 한약방을 한다는 거였다.
그렇다. 전문가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 거였다. 우리는 그 친구에게 오래된 소문에 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뭐하나 물어봐도 되나?"
"뭔데?"
"느그 아빠 한약방한다는데 사실이가?"
"어"
"그라믄...어...손톱 길러가꼬 한약방에 가져가면 센티당 만원씩 준다카던데 사실이가?"
K는 우리들을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야이C, 그 드러운걸 누가 먹냐?"
"아..."
모두가 감탄했다.
의문을 한방에 해소시키는 실로 논리적이며 명쾌한 답변이었다.
그래. 그 드러운걸 누가 먹겠냐!
이후로 한약방에 손톱을 팔아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4.
손톱을 보니 한약방에서 후하게 쳐줄 정도로 잘 자라있다.
바짝 깎아버려야지.
아...밤에 그냥 버리면 쥐가 먹고 변신할 수 있으니 뒤처리는 꼼꼼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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