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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실 단상(斷想)

어떤 그림 이야기 <Die Vivisection des Menschen, 사람의 생체해부>

by vitaminjun.md 2019. 10. 7.

이 그림 재밌다.


토끼, 쥐들이 가운을 입고 있고 사람을 결박한채 머리쪽을 절제한다.

이것을 극장식으로 사람의 옷을 입은 토끼, 쥐, 개, 개구리등이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제목은 <Die Vivisection des Menschen>

(The Vivisection of Man, 사람의 생체해부).


래빗투큘러스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Professor Rabbituculus : 

"No sentimentalities now! The principle of free research requires me to vivisect this human for the wellbeing of all the animal world!"


이 흥미로운 풍자 일러스트의 작가는 Wilhelm Anton Wellner인데 그의 1899년 작품이란 것.

무려 120년전 작품이다.


동물의 생체해부는 옛날부터 내려왔던 실험의 한 분류였지만 

1820년대 유럽에서 이에 대한 반대운동이 시작됐다.


해부학자와 병리학자들의 생체해부 연구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끔찍한 학대라고 보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1875년, <란셋>에 생체실험과 관련한 법제정의 필요성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1876년 빅토리아 여왕의 정치활동에 힘입어 영국에서 법령이 통과된다.


해당 법령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한 연구작업을 위해선 허가를 받아야하고, 마취제를 사용해야한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이미 확인된 사실을 그저 보여주고 증명하기 위한 실험은 금지하라고 되어있었다. 

물론 과학자들은 이 법을 무시하거나 영국을 떠나서 실험을 계속하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881년 8월 런던에서 7차 국제의학회(International Medical Congress, London, 1881)가 열린다.

세계유수의 석학들이 모인 학회였고 특히 생리학 분야에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게된다. 

뇌의 대뇌피질의 기능과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여기서 사건이 터졌다. 

프리드리히 골츠라는 과학자가 개의 대뇌피질을 제거하고 뇌를 노출시켰지만 살아있는 상태의 개를 가져온 것이다.

이에 질세라 페리어라는 과학자는 대뇌피질을 부분적으로 절제하여 기능의 마비를 시킬 수 있음을 주장하고 직접 실험을 한 원숭이를 가져와서 보여주었다

서로의 동물실험결과에 대해 주장하면서 당장이라도 눈앞의 동물들을 해부하여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대중들은 의사들이 잔인하게 생체해부를 하고 자랑스러워한다면서 경악하게 된다. 

그 뒤는 생체해부 반대운동, 앞서 말한 법률에 의한 소송등이 난무하게 된다.




이런 운동들과 1881년 사건들로 인해 저 1899년의 일러스트가 만들어진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근데 해당 일러스터 Wilhelm Anton Wellner에 대한 정보는 이 사람의 작품 몇가지 더 말고는 잘 찾지 못하겠다. 

1859년에 태어나 1939년에 사망하였다는 것 말고는 찾을 수가 없다. 제목이 독일어니 독일 사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