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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실 단상(斷想)

[단편소설] 바둑의 미래

by vitaminjun.md 2016. 5. 17.


2016년 이세돌9단이 알파고에게 패배했다.

바둑의 탄생이래 남겨진 모든 기보를 분석하였고,

상대방이 착수하면 이후 승리를 위한 가장 최선의 수를 두는 알파고에게

대국을 관람하던 모든 인류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이후 알파고는 무수한 인간바둑기사를 좌절로 몰아가며 최고의 바둑기계, 아니 바둑 인공지능이 된다.

 

사람들은 바둑 발전의 끝을 보았다고 하였으나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2020.

그사이 무수한 알파고의 아류작들이 제작되었다.

베타고, 김치고, 렛잇고, 이게머고, 못먹어도고등등.

정상급 바둑대결은 더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기계와 기계의 대결.

허나 기계들이 두는 한수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들의 바둑도 발전하였고 

이에 바둑의 인기는 급상승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바둑 AI는 지속적 발전을 이루어낸다.

 

202X 3 X.

인공지능은 날로 발전했다.

새로 개발된 알파고224와 현챔피언 김치고144의 대결이 벌어졌다.

두달전 김치고143의 차기 모델로 나온 김치고 144는 

이전 챔피언이었던 알파고 223 71수 불계승으로 챔피언자리를 획득하였다.

 

판이 열리고 알파고 224가 첫수를 두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급격한 발전을 이룬 지금

한수를 판단하고 착수를 결정하는 시간은 초단위였다.

허나 김치고 144는 계속 연산만 진행할뿐 다음 수를 두지 않았다.

93초의 연산뒤 김치고 144는 착수없이 패배를 선언한다.

알파고 224 1수승은 다시 인류를 충격에 빠트렸다.

 

202X 4 Y. 렛잇고87 51 1수승.

202X 7 Z. 김치고 145 9 1수승.

202X 12 Q. 알파고 225 1 1수승.

 

이제 바둑은 한수만에 승부가 나는 게임이 되었다.

모든상황을 파악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맞은편 인공지능의 능력을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의 연산능력으로는 도저히 이길수 없는 상대임을 깨닫고 곧바로 패배를 선언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또다시 바둑 발전의 끝을 보았다고 하였으나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203Y 5 W.

못먹어도고7120이 개발되었다.

못먹어도고7120의 출시와 동시에 이전 바둑챔피언이었던 김치고298은 패배를 선언했다.

이제 착수이전에 패배를 선언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0수승이었다.

 

사람들은 또다시 바둑 발전의 끝을 보았다고 하였으나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203Z 2 E.

폭풍이 몰아치던 날 밤 이게머고연구소가 의문의 사고로 폭발하였다.

최신 인공지능인 이게머고591의 개발완료 하루 전의 일이었다.

조사결과 현 챔피언인 렛잇고899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은 고민하였다.

바둑이란 무엇인가.

승리란 무엇인가.